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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전 후기] 2005. 4. 16. 미래를 향한 파노라마 - 사량도 지리산
    산행기 2022. 3. 11. 09:14

    미래를 향한 파노라마 - 사량도

     

    1. 산행일시 : 2005년 4월 16일(토) ~ 4월 17일(일) / 무박2일

     

    2. 장 소 : 지리(망)산(경남 사천시 사량도) 397.6m

     

    3. 산행구분 : 당일(무박)산행/ 복식등산

     

    4. 산행코스(시간) : 내지선착장(05:50)   지리산(07:30)   촛대봉(08:00)   달바위산(09:30)  

    가마봉(10:30)   대항선착장(11:30) (5시간40분소요)

     

    5. 산행후기

     사량도 지리산 - 날씨가 맑은 날이면 한민족의 정기가 가득 어린 한반도 제일의 산 - 지리산

     

    을 조망할 수 있다하여 붙은 이름이 지리망산. 이제 지리망산이라는 이름 대신에 당당히 지리

     

    산이라는 이름을 내건다. 혹자는 그저 네 글자로 부르는 것이 불편해서 망자가 빠졌다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리라... 큰바위 얼굴을 그려온 어니스트의 꿈처럼 사량도 지리산은 그가 그

     

    토록 바래온 지리산을 너무도 닮아, 이미 지리산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작은 지리산... 그곳

     

    에서 난, 내 인생의 축소판을 걸을 수 있었다.

     

     

     

     4월 16일 21시 사당역에서 모여, 22시쯤 삼천포 항으로 출발하였다. 불편한 잠자리라도

     

    억지로 눈을 붙였다 뜨니, 새벽3시. 이미 삼천포 항이란다. 차가운 밤바다 바람을 느끼며

     

    아침을 챙겨먹고, 아직 태양은 얼굴조차 내밀지 않고 있는 5시 배에 승선하여 사량도로 향했

     

    다. 내지항에 다다를 때쯤 수줍게 얼굴을 내밀며 우리를 반겨주는 붉은 태양이 몹시 설레인

     

    다.


     내지항에서 등산로 입구까지 도로를 따라 걸을 때만 해도, 지리산은 작아보였다. 너무도 좋

     

    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기대감이 컸던 탓인지, 아니면, 오랜 이동시간과 서늘한 봄바람에

     

    대한 짜증이었는지, 슬쩍 실망감이 밀려온다. 이러한 실망감에 대해 질책하듯 등산로 입구부

     

    터, 가파른 오르막이 시작되었다. 등산객들은 많지만 등산로가 좁고 쉴 공간도 없어 오로지

     

    전진할 수밖에 없었다. 지리산은 분명 내게 즐거움을 주기 위한 것이었을 테지만, 어리석은

     

    나는 질책에 대한 반항감만 커져간다. 투덜 투덜.. 할 수 있는 것은 투덜 뿐이다.

     

     투덜의 끝이 좌절이었나? 아니 희망이었나? 무엇이 정답인 지 모르겠지만, 투덜의 끝에서 나

     

    도 모르게 뒤를 돌아보게 되었는데, 그것은 환희였다. 초록빛 바닷물에 부셔지는 파도와 햇

     

    살, 그 위에 둥둥 떠있는 이름 모를 섬들.. 그리고 멀리 보이는 금산까지, 이미 투덜은 탄성으

     

    로 바뀌어 있었다.

     

     주체할 수 없는 탄성의 고리를 이어가다 보니, 어느 새 지리산에 다달아 있었다. 사량도 최고

     

    봉인 지리산에서 바라본 한려해상 국립공원은 지극히 이국적인 바다와 한국적인 마을이 함께

     

    하는 또 다른 세상이었다. 투덜과 짜증을 부린 탓이었는지, 안타깝게도 민족의 영산 - 지리산

     

    은 볼 수 없었지만, 대문 밖이 저승이고 내가 사는 곳이 파라다이스라는 말처럼, 분명 이 사량

     

    도 지리산이 민족의 영산 지리산이고, 그렇다면 난 지리산을 보고 있는 것이라고 억지를 부려

     

    본다.

     

     지리산에서부터 가마봉까지 가는 길은 지극히 독특한 능선길이었다. 일반적인 산의 능선은

     

    숲이 우거진 길을 따라, 비교적 편안한 길이 이어지기 마련인데, 이 놈의 사량도라는 놈은 단

     

    한 순간도 마음 놓을 여유를 두지 않는다. 깎아지른 절벽을 그대로 능선에 갖다 놓은 모양이

     

    다. 발디딛는 곳이 층리(편리인지도 모르겠다.)가 선명하게 살아있고, 거칠게 깎여 있는 모습

     

    이 톱니바퀴를 여러 개 붙여놓은 모양이다. 달바위산을 지나는 곳에, 얇은 판암이 계단처럼

     

    붙어있는 지형은 도무지 우리나라의 자연이라고 믿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사람은 한없이 변덕스럽고, 실증이 많은 존재라고 했던가. 계속해서 이어지는 능선길을 따라

     

    가다 보니, 이내 지루해 졌다. 그 때 레인보우님이 '사량도가 왜 유명한 줄 알아? 지루할 때

     

    쯤, 화끈한 거 다시 보여줘서 유명한거야' 라는 말씀을 농으로 하셨다. 하지만, 그것은 곧 사

     

    실로 나타났다.

     가마봉에서 내려오는 70도는 됨직한 계단. 이건 계단이라고 이름 붙이기가 민망하다. 손잡이

     

    를 꼭 붙들고 계단 하나 하나 내려오는 모습이 우습고, 내려오다 위를 올려다 보니, 계단이 1

     

    자로 보일 정도로 높은 경사에 또다시 웃음이 나온다. 계단 내려오는 것이 이렇게 힘들 수 있

     

    다니.... 그렇지만, 그만큼 즐거움이 솟아나 더욱 웃음이 쏟아진다.

     

     시간이 부족하여 옥녀봉은 오르지 못하고 대항으로 우회했다. 우회하는 길은 신석기 시대 유

     

    물들을 뿌려놓은 듯 거친 돌무더기 길이었다. 그 길을 걷다가 문득 지나온 사량도 지리산 등

     

    산로가 떠올랐다. 그것은 그 자체가 인생이었다.

     

     

     아무 것도 모르고 시간도 안 가지만, 편하기만 한 유년시절은 도로였고, 정상을 향해, 짜증과

     

    반항이 필요했던 등산로는 청소년 기였다. 정점에 다달아 환희를 느꼈던 짧은 시간은 인생의

     

    황금기인 지금일 것이다. 그리고, 지루해 지는 길이라도 묵묵히 내 길을 따라가야 하는 때는

     

    앞으로의 3,40대의 내 모습일 것이고, 그러한 곳에서 또다시 웃음과, 웃음이 교차할 70도 계

     

    단을 건널 때는 언제일까... 편안하기만 한 노후를 꿈꾸고 싶지만, 결코 편안하지 못한 현대의

     

    삶은 아마도, 이 거친 돌무더기 길일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나는 결국 어디서 자유를 찾을

     

    것인가?

     

     

     적어도, 지금 이 시기는 지리산 정상에 오른 순간일 것이다. 이 순간에 더 큰 환희를 느낄 수

     

    있도록, 그리고 안타깝게 못 본 저 지리산을 볼 수 있도록, 내 주위를 맑게 치장하고 싶다.

     

    그리고, 그토록 바래 온 지리산을 바라보면서 어느 새 지리산이 되어버린 지리(망)산처럼

     

    항상 내가 꿈꾸는 길을 흔들림 없이 걸어가, 어느 새 그 길의 중심에 선 나를 그려본다.

     

     

    큰바위 얼굴을 향한 어니스트의 꿈, 지리산을 향한 지리(망)산의 꿈이 나와 함께하기를...

     

    - 2005. 4. 17. 미래의 나를 그리며 마니~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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