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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곡산이 대한민국에게
1. 산행일시 : 2004년 6월 27일
2. 장 소 : 불곡산(경기도 양주)/ 460m
3. 산행구분 : 당일산행/ 복식등산
4. 산행코스(시간) : 샘내한증막(11:00) 불곡산장(11:30) 임꺽정봉(13:00) 상투봉(14:00) 상봉(15:00) 백화암(16:00) (5시간 소요)
5. 산행후기
6월과 7월... 불과 1이라는 숫자에 불과하지만 분명 많은 차이가 있는 달이다. 6월
은 전반기요, 7월은 후반기. 어찌보면 우스운 언어 분절일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간
의 편의상 만든 분절일 지라도, 전반기가 결코 맑지만은 않았기에 난 내 편의대로
전 / 후반기를 분명히 나눠 새로운 7월을 맞이하고 싶다. 전반기 산행을 마무리 지으
며 중산제라도 지내려는 목적으로 불곡산을 찾는다. 고 김선일씨 피살 안으로, 대한
민국 국민임이 부끄러워 지는 이 시점이지만, 한편으로는 호국 보훈의 달이라는 것조
차 먼 산 메아리처럼 느껴지는 내 자신의 무감각에 잠시 고개를 숙이며, 전반기를 마
무리 짓는다.
산행에 대한 감산인들의 소망때문일까... 며칠 전까지 흐리고 비까지 예상된다고 하
더니, 어제부터 말이 바뀌었다. 그래도 흐리긴 흐릴 거라고 했는데... 흐린 날씨에
서 느껴지는 상쾌함인지, 아침 공기가 상쾌하다. 흐린 날씨가 예상되어서 모자를 안
쓰고 나서는데, 왠지 해가 뜰 것 같다. 할아버지 같은 기우인 지는 모르지만 집 앞까
지 나갔다가 백. 모자를 챙기고 기분 좋게 발을 놀린다.
신길역에서 토마토님과 만나 함께 의정부역에 도착. 아직 9시 40분 밖에 안됐다.
(이 과정에서 바닷가 누나도 함께 한다. / 모임과정 생략)
의정부에서 36번 버스를 타고 산행기점으로 이동. 산행은 시작되었다. 샘내 한증막
에서 불곡산장까지 이어지는 길은 약간의 굴곡이 있는 시골 아스팔트 도로로써, 정
식 산행전 적당히 몸을 풀어주고 땀을 내어주기에 안성맞춤인 길이었다. 그리고 이어
진 산행길. 처음 산행을 시작할 때만 해도 숫자 놀이에 민감해 산의 높이만 갖고 산
을 판단했지만 이제는 높이는 숫자일 뿐임을 잘 알고, 예지수아님이 산행전 충분히
설명을 해주어 미리 심적인 준비를 단단히 해 놓아서 인지 그리 힘들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다만 여름산의 최대 적인 더위와의 전쟁이 시작되었고, 비맞은 것도 아닌데
벌써부터 온몸이 젖어 든다.
"이 놈의 더위. 어떻게 할 수 없나?"
깊은 한숨을 불곡산이 알아들었을까? 이내 짙은 녹림이 우거진 산행길이 우리를 맞
아준다. 중간 중간 바위 틈에 오르면 수고했다며 시원한 바람을 선사한다. 그저 마
냥 좋기만 하고 쏟아지는 땀조차 상큼하다.
그러나 오르는 중, 지난 밤 무리한 일정에 봉자님이 탈이 나셨다. 속리산 산행때,
산을 우습게 생각해 무척 고생했던 기억이 있는 나였기에, 마음이 무겁고 측은하다.
막내의 역할과 상관없이 지난번 속리산에 대한 속죄의 뜻으로 봉자님 에스코트에 나
서니 얼마 전이긴 하지만 옛 기억이 새록새록 솟아나며, 오히려 기분이 좋아진다. 산
행과 여행 경험을 통해 배운 지압법도 실험(?)해 보고 뒤쳐지긴 하지만 뿌듯한 마음
으로 봉자님의 발에 맞춰 한 발 한 발 함께한다.
임꺽정 봉에 올라 식사를 하고 사진도 찍으며 너무도 즐거운 시간을 갖는다. 하지
만 이렇게 즐거운 시간에 취해, 정작 내가 이 산에 온 목적을 잃어버렸다. 즐겁긴 한
데 무언가 빠진 것 같다. 롯데월드의 목적이 사람들을 바보 만드는 것이라던데, 어쩌
면 이런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귀찮아서 인지, 그저 이 기분이
좋아서 인지, 이런 마음을 애써 떨쳐버리며 그저 즐거운 마음만 갖고 다음코스로 이
동했다.
임꺽정 봉을 지나, 상투봉과 상봉으로 가는 길은 초보자나, 겁이 많으신 분들에게
는 제법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험한 코스였다. 그러나 산은 결코 그러한 어려움만
주지 않는다. 어려운 바위들을 딛고 주위를 내려보자니, 온통 초록색 매트리스를 깔
아 놓은 것같다.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에서 주인공 이은주의 "저 끝에 떨어져도 끝
이 아닐 것 같아." 라는 대사가 이해가 간다. 미친 척하고 한번 뛰어내려 저 풀밭에
서 나뒹굴고 싶다.
그러나 여긴 산. 그러한 생각에 빠져있을 수만은 없다. 나 혼자만 이런 경치에 취해
있을 시간에, 몇몇 회원들은 경치 구경은 커녕 한 걸음 조차 내딛기 어려울 수도 있
다. 홀로 온 산행이 아니라면 서로 서로 도와야 하는 것이고 그로써 하나가 되는 것
이다. 어쩌면 그것이 불곡산이 우리에게 이러한 어려움을 줌으로써 함께 제공해 주
는 산덕일 지도 모른다.
그들에게 손을 내밀며 문득, 내가 잊고 있었던 것이 떠 올랐다. 탄핵으로 시작되어
고 김선일씨 피살로 마무리된 2004년 전반기. 파병문제, 노동문제, 정치문제, 하여
튼 문제뿐인 이 나라의 전반기. 그 모든 문제들을 이 불곡산에다가 묻어놓고 싶었는
데, 그저 즐겁다는 이유로 삶에 대한 기억을 모조리 잊고 있었다. 해가 비치는 곳에
있는 이는 응달의 서러움을 알지 못한다더니... 완전히 그 꼴이다. 막내의 심통이
고, 종로에서 뺨맞고 한강에서 눈흘기는 꼴이지만, 순간 너무도 즐거운 산행을 제공
해 준 감산 사람들이 얄밉고, 불곡산이 미워진다. 내가 생각했던 건 이게 아닌데...
하지만, 그것이 어리석은 생각임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2004년
의 전반기는 결코 묻을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전반기와 후반기, 그리고 올해와 내년
은 따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다. 원치 않더라도, 우리는 이 삶의 짐들을 함께 짊어
지고 나가야만 하는 것이다. 이 험난한 암벽이 우리 감산 식구들을 하나로 만드는 것
처럼, 수많은 문제들이 우리나라를 하나로 만들 것이다. 우리나라는 누가 빠뜨렸는
지는 모르지만, 늘상 어려움에 빠져왔다. 하지만 늘 국민의 하나된 힘으로 슬기롭게
이겨왔다.
나는 세상의 어려움을 결코 피하지도 않을 것이고, 산에게 묻으려는 것처럼 다른 이
에게 떠넘기지도 않을 것이다. 그리고 결코 나 혼자 짊어지지도 않을 것이다. 모두
가 함께, 서로의 역할을 다하며 함께 하는 것이다.
불곡산이 말한다. 자랑스런 대한민국에게...
2004년 6월 27일 마니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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