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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전 후기] 2004. 6. 6 공작산 - 함께하기에 공작은 날 수 있었다.
    산행기 2022. 3. 11. 09:05

    함께하기에 공작은 날 수 있었다.

    1. 산행일시 : 2004년 6월 6일

    2. 장 소 : 공작산(강원 홍천)

    3. 산행구분 : 당일산행/ 복식등산

    4. 산행코스(시간) : 공작산휴양림(10:30) 공작산 정상(11:30) 봉우리 1,2,3 수타산(15:00) xx절(17:30) (7시간 소요)

    5. 산행후기

    1부 - 버스안에서

    2004년 6월 3일. 전역이라는 이름으로 내 인생의 2막은 시작되었다.

     

    그러나 아직 내 인생의 2막을 내 소중한 친구인 산에게 알리지 않았기에, 나는 공작산을 찾았다.

    산새가 아름답기가 공작새와 같다고 해서 이름붙여진 홍천 공작산.

     

    그것은 결코 혼자서 날 수 있는 새가 아니었다. 함께하기에 그는 날 수 있었다.


    군 후임병들의 마음을 피할 수 없었다지만, 어제도 술자리에 파묻힌 죄를 또다시 짓고 말았다.

     

    눈을 뜬 아침이 영 개운하지가 않다. 하지만 속리산 산행때 분명히 느꼈던 경험으로 술을 적당히 마셔서 인지,

     

    그나마 제 때 눈을 뜰 수는 있었다.


    반항하는 몸을 샤워기 물로 적당히 달래고, 잠시 오늘의 산행에 대해 생각해 본다.

    전역 후 처음 갖는 산행이기에 분명 처음 산행처럼 새로움으로 가득찰 것이고,

     

    마치 알에서 깨어나오는 병아리처럼 조심스럽게 하나 하나를 배워나가야 할 것이다.

     

    록, 어머니 뱃속같이 편안한 산일지라도, 분명 새로운 것은 또다른 두려움을 낳으니까.


    제 시간에 맞춰 모임 장소인 종로3가 역에 도착하니 오랜만에 만나는 반가운 이, 웃는얼굴 님을 역에서 만날 수 있었다.

     

    시간이 남아 편의점에 잠시 들렀는데, 내가 사려던 초콜렛과 사탕까지 사 주신다. 이것이 예상된 행동이었을지...



    버스를 타고 홍천으로 향하는 중 마니또 게임을 하게 되었다. 내 옆에 앉아 있는 웃는얼굴 님이 뽑는 순간, 장

     

    난 삼아 훔쳐 보았는데 어디서 많이 본 이름 -_- 마니~(막내)다.

     

    웃어야 할 지 울어야 할 지 모르는 상황에 잠시 서로 어리둥절하다가 아침에사준 사탕과 초콜렛부터

     

    다 운명적인 마니또라 믿기로 했다. (내 마니또는 juno님이었다)


    2부 - 산행

    홍천산림욕장에서 조별 인사 및 간단한 체조를 실시한 후 산행은 시작되었다.

     

    우거진 숲으로 뒤덮인 등산로가 예사롭지 않다.

     

    고 사찰이 있는 것도 아닌데 범접할 수 없는 기운이 느껴지는 것도 같다.

     

    하지만 어쩌면 그것은 따가운 햇살을 가려주기 위해 나무들이 일부러 그늘을 만들어

     

    우리를 환영하려 한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지난 밤 또다시 술자리를 갖은 나이기에 그렇게 다가가기 어렵게 느껴졌는 지도 모른다.

     

    잠시 온몸에 땀이 젖을 정도의 오르막을 오르고, 어둡고 좁은 등산로를 오르니 넓고 탁트인 바위가 나온다.


    바위 위에 올라 좌 우를 내려다 보니 수많은 산들에 둘러싸여 좁은 마을이 있는 것이 진정 장관이다.

     

    그러나 그러한 감흥도 잠시. 나도 모르게 '야!' 하는 탄성이 나오지만 그 순간 공작산임을 잊고 묵묵히 산에 오른다.

     

    30분 정도 밖에 안 올라갔는데 바로 정상이다. 허무하다.

     

    공작산이라고 했는데 공작은 커녕, 닭한마리도 보지 못한 기분이다.

     

    마음이 착한 사람에게만 보인다고 한다면 고개를 숙일 수 밖에 없겠지만 그래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내 인생 2막의 첫 페이지에 남을 산행인데...

    잠시 올라왔던 길을 되짚어 내려오다 좀 전에 '야'하던 탄성이 나온 바위에 이르렀다.

     

     

    그 때였다.

    내 눈 앞에 공작이 나타났다.

    저 멀리 오밀조밀 모여있는 마을은 화려하게 수놓은 공작의 머리요

     

    공작산과 함께하고 있는 주위의 수많은 산들은 그야말로 꽃으로 수놓은 공작의 날개다.

     

    그리고 그들이 함께 어우러져 펼치는 공작의 향연. 그렇다. 홀로 있을 때는 그저 "야!" 였지만,

    함께 어우러졌을 때 그들은 공작이었고, 그들과 내가 함께하고 있을 때 공작은 이내 힘찬 날개짓을 하며

     

    자유의 바람이 되어 푸른 하늘을 날아 내 가슴 속으로 들어왔다.

     

    전역 후의 내 모습에 대한 심도있는 고민에서 결코 놓지고 싶지 않지만, 가장 잃기 쉬운 단 하나 자유.

     

    그 자유를 저 푸른 공작이 가져다 주어 그 의미를 되새겨 본다.

     

    젊음이라는 이름의 특권인 자유는 결코 나 혼자의 자유가 아닌 함께하는 기쁨속에서 얻어지는 자유이리라.


    너무 눈앞에 어른 거리는 공작에 빠져 있었던 것일까... juno님이 장난으로 내 팔을 밀쳐서야 제 정신으로 돌아왔다.

     

    아니 공작을 놓진게 서운했는지 juno님에게 역으로 장난을 쳐 사고날 뻔한 위험한 상황을 부르고 나서야

     

    제 정신으로 돌아왔다. 저 멀리 날아다니는 공작이 아쉽지만 나는 함께하는 감산인들을 위해,

     

    그리고 나를 위해 다음 코스로 가야한다.



    공작산에서 수타산으로 넘어가는 길은 오솔길 같은 좁고 아기자기한 숲길이 이어졌다.

     

    오랜 기간 등산객들의 발길을 거부한 산이기에 숲은 완전히 만화 원피스에 나오는 리틀가든이다.

     

    게다가 지금도 찾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인지 적막하다는 느낌도 들고, 어두운 것이 언뜻 서늘한 기운이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내 그러한 기분도오래가지 못하고 상쾌하고 밝은 기분으로 바뀌고 만다.

     

    그것은 함께하는 감산인들이있기 때문이고 그들의 적극적이고 밝은 모습이 이 어두운 숲길의 새로운 빛이 되어

    이 나무들의 활발한 광합성을 돕기 때문이리라.

     

    그러한 생각이 들고 보니 내 안에 닫혀있던 서늘한 기분은 금새 날아가고 나무들 모두 내 친구가 되어 방긋 웃고 있었다.



    하산길 막바지에 그동안의 피곤을 잊게 해줄 신작로가 펼쳐졌다.

     

    이렇게 보존이 잘된 산에 애써 길을 내려는 모양인 것 같아 썩 기분이 좋지 않지만, 지금 이 순간은

    편한 길에서, 함께 있어 행복한 이들과 편히 이야기를 나누면서 걷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

     

    그러나 워낙 변덕이 심한 나이기에 어느새 이 길도 지루하다.

     

    잠시 논 바닥에 앉아 어린 시절에나 보았던 올챙이를 보며 아이처럼 기뻐하곤 무료함을 잊는다.


    그 때 또다시 이 지루함을 달래줄 새로운 길이 펼쳐졌다. 옆으로는 한없이 맑은 계곡물이 흐르고

     

    특수부대원 작전 수행길 같이 무성한 정글숲을 뚫고 가는 길이다. 양볼을 괴롭히는 풀 조차 싱그럽고 상쾌하다.

     

    가는 길 하나 하나가 어린아이의 눈에 비친 세상처럼 새롭다.

     

    그렇다. 내 인생의 2막은 늘 이렇게 새롭운 일만 가득하고 고민 조차도 싱그러운 기억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내가 자유를 찾아 끝없이 도전하는 한 반드시 그러할 것이리라 믿는다.


    2004년 6월 6일 마니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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