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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행기] 북한산 족두리봉 산행기 + 연서시장
    국내여행 2025. 10. 1. 20:14

     

    2025. 9. 27

     

     

    2025년은 기록적인 더위로 기억될 한 해 일 줄 알았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그 기억은 어느 새 가물가물하다.

     

    어느 순간 더위가 한 풀 꺾이는가 싶더니

    너무도 갑작스럽게 가을이 찾아왔고

    완연한 가을을 즐기다 보니 더위에 대한 기억은 희미해졌다.

     

    지금 이 순간을 즐기기에 지난 시간의 더위에 대한 기억은

    방해물만 될 뿐이다.

     

    가을이 왔음에도 온전히 가을을 즐기질 못했다.

    근 몇 주 동안, 빌어먹게도 주말만 되면 비가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 오랜만에 비가 없는 맑은 주말을 맞게 되었고

    가벼운 산행이라도 하자는 마음으로 

    북한산 족두리봉을 향한다.

     

    족두리봉.

     

    불광동을 기점으로 하는 비봉 능선에서 첫번째로 만나게 되는 네임드 봉우리다.

    처음이라는 말처럼 웬만한 사람들이라면 쉽게까진 아니어도

    무난히 오를 수 있는 곳이다.

     

    오르기는 쉽지만(쉽다기 보다, 짧지만),

    앞으로는 북한산의 비경을 보며

    뒤로는 은평구의 아기자기한 마을을 내려다 보며 오르는 산행의 맛은

    그 어느 산행과 비교해도 결코 떨어진다고 할 수 없기에

    산행 초보자들에게 적극 추천 되는 코스이다.

     

     

     

     

    산행의 뽕 맛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는 코스랄까?

     

    처음 시작지점은 꽤 가파른 길이 이어진다.

    초심자들을 기준으로 하자면, "난 역시 산이랑 안 맞아"를 되네이게 하는 구간이다.

    하지만, 얼마 안 있어, 기묘한 바위와 탁트인 전경을 맞이하며

    "어 벌써 다 왔어? 경치 죽이네." 하고 생각하게 만든다.

     

    족두리봉을 올라가다 힘들다 싶을 때 쯤 처음 맞이하게 되는 탁트인 전경

     

     

    그러나, 그것은 그냥 예고편

     

    다시 또 가파른 길이 이어지며,

    잠시 동안의 휴식과 좋은 경치에 대한 즐거움을 잊게 만들고

    다 왔다는 착각을 깊은 좌절로 인도한다.

     

    그렇게 올라가다 중간 쯤 맞이하는 큰 바위.

     

    이게 마법같은 바위다.

    분명 산과 자기가 안 맞다고 생각하고

    산이 싫다고 했던 사람도, "이야"하는 탄성을 지르게 만든다.

    그리고 조금씩 산행의 즐거움으로 이끌고

    가슴 속 깊은 곳에 쟁여놓은 도전 의식을 끄집어 내며 

    어떻게든 정상을 향해 발을 놀리게 만든다.

     

    족두리봉 코스 두번째 뷰 포인트. 네임드 바위는 아닌데, 산행이 즐거워 지게 만드는 마법같은 바위다

     

     

    그런데 놀라운 건

     

    이렇게 언급된 바위들이 전부 네임드 바위가 아니라는 것이고

    네임드 바위는 저 위에 있다.

     

    그리고 더 놀라운 건

     

    이 때 부터 마지막 고비길이 이어지는데

     

    방금 전의 환희에 취해 발길이 결코 무겁지 않게 만들어 지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세상일은 모든 케바케, 사바사.

    그걸 간과한 대가는 결코 작지 않다.

     

    무엇을 기대하든 그 이상을 보여주는 우리의 마눌님.

     

    첫번째 바위를 지나기 전부터 올라가길 힘들어 한다

    (아니 이건 당연한 거다. 그래 그럴 수 있다)

     

    두번째 바위를 향해 가는데 거의 포기 직전이다.

    (이해는 안 가나 그럴 수 있다)

     

    좀 더 가니 아예 진짜 못 갈 모습이다.

    내려가기를 간절히 원하는 눈빛이 보인다.

     

    이 쯤 되니, 나도 포기.

    그냥 내려가자고 제안해 본다.

     

    하지만, 사람의 조상은 청개구리라 했던가?

     

    막상 내려가자고 제안하니, 아쉽다고 조금만 더 올라가잔다.

    (그러면 내가 더 힘들다고 ㅠ)

     

    "그냥 내려가자." "아니 좀 더 가 볼래"를 잠시 옥신각신하다 조금 더 올라가

    드뎌 중간에 맞이하는 큰 바위에 다달았다.

     

    그래 이만하면 되었다. 이젠 진짜 내려가자고 다독이며

    초심자에게 적극 권장하는 족두리봉에

    도달하지 못하는 비범한 일을 달성하고 내려온다.

     

    중간에 있는 바위. 조금더 가면 정상인데, 여기서 발길을 돌린다.여기에 도착한 사람들은 이내 감탄의 탄성을 지른다.

     

     

     

    연서시장

     

    아쉬움을 뒤로한 또다른 이유는 바로 연서시장

     

    부지런히 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지점까지 오니 벌써 10시를 넘어간다.

    늦지 않게 내려가서 연서시장에서 점심을 먹어야 한다.

     

    부지런히 서두를 탓일까?

    오히려 빨리 도착해서 낮술이 아닌 아침 술을 기울이게 된다.

     

    연서시장. 포장마차가 싸고 맛있기로 유명하다.

     

     

    포장마차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 어디를 갈까 고민에 빠진다.

     

    김밥 등 분식을 주로 파는 곳 두 어 군데를 제외하고는

    메뉴는 거의 비슷 비슷 하다.

     

    다만 각 점포 간판의 이름 밑에 주요 안주를 적어 놓았는데

    아마도 그 점포에서 주력으로 하는 안주인 듯 하다.

    (고 추측만 해 보지만, 실상은 별반 차이 없는 것 같다)

     

    식당 사장님 한 분과 눈이 마주쳤다.

    사장님이 살짝 미소 지으신다.

     

    옷 한 번만 스쳐도 인연이라는데

    눈을 맞주치고 미소를 나누었으면

    그래도 인연은 인연이다라는 생각으로 

    그곳으로 향한다.

     

    이름은 해은이네

    부제는 각종해산물

     

     

     

    곱창을 먹을까 해산물을 먹을까 고민할 필요 없이 해산물로 결정

    와이프가 꼼장어를 언급했는데

    나는 그걸 아나고로 알아들었다.

    (아나고도 붕장어로 장어는 장어다)

     

    결국 첫번째 메뉴는 아나고 회

     

    개인적으로 별로 좋아하는 메뉴는 아니다.

    이게 뼈를 같이 씹어야 하는데,

    어렸을 때 그 느낌이 무슨 고무 씹는 느낌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이 먹고 먹는 아나고는

    씹을수록 고소함이 느껴지는 맛이, 나름 별미긴 하다.

    다만, 뼈째 먹는 회에 대한 거부감은 여전하다.

    아니, 오히려 치아가 안 좋아져서 인지 불편함은 더욱 괴롭힌다.

     

    그렇다고 맛이 없거나 한 건 절대 아니고

    좁은 공간이지만 위생도 신경쓰는 모습이 보기 좋고,

    친절한 응대가 기분 좋게 만든다.

    오늘 픽은 일단 성공인듯

     

    그리고 이곳

    밑반찬으로 나온 도라지 나물과 취나물 비슷한 나물이 있는데

    이 기본찬이 매우 괜찮다

     

    그냥 이 밑반찬으로 소주 한 병은 마실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다.

     

    .

    해은이네. 아나고회와 밑반찬

     

     

     

    그리고, '다른 곳은 국을 준다던데 여긴 안 주나?'

    하고 있을 때 쯤, 바지락 탕을 가져다 준다.

    바지락도 가득인게, 이게 어떻게 서비스인지 의심이 갈 정도다.

    이 놈만으로도 소주 한 병은 거뜬할 듯

     

     

    서비스 바지락탕. 바지락 양 보소 ㅎㅎ

     

     

     

    가만히 눈을 놀리다 보니 눈에 들어온 건

    조금 모양이 다른 달걀이다.

    이게 뭐냐고 물어보니, 달걀이 아니고 오리알이란다.

    그것도 그냥 오리알이 아니고, 삭힌 오리알

    즉, 피이딴 (피단) 이다.

    오호. 하나 주세요~!

     

     

    피이딴 (피단). 삭힌 오리알

     

     

     

    피이딴 (피단) 삭힌 오리알

     

     

    피이딴.

     

    고등학교 때 국어 수업 시간 한 수필에도 등장한 놈인데

    (https://namu.wiki/w/%ED%94%BC%EB%94%B4%20%EB%AC%B8%EB%8B%B5)

    이 놈 별미다.

    삭힌 놈이라 냄새 같은 거 걱정하는데 그런 거 1도 없고

    계란 흰자가 묵이나 젤리처럼 쫀득한 게

    기회 되면 꼭 먹어야 할 거다.

    그냥 이거만 사다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

     

    빈 속에 아나고회와 피이딴, 막걸리 한 사발 하니 

    금새 배가 차는 거 같지만, 멈출 수는 없다.

     

    음식은 기세싸움.

    곧 바로 아까 못 시킨 꼼장어를 시킨다.

    꼼장어는 볶음이나 소금구이 형태 중 초이스가 가능하다는데

    우리는 볶음으로.

     

    역시 최고의 선택이다.

    제육볶음 양념 비슷한 맛이긴 한데,

    탄탄하면서도 부드러운 꼼장어와 너무도 잘 어울린다.

     

    꼼장어 볶음. 너무 맛있다 ㅎ

     

     

    마음 같아서는 다른 메뉴도 더 먹어 보고 싶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는 그 정도의 대식가가 아니다.

     

    먹방 유튜버들을 보면, 어떨때는 안 쓰럽다는 생각이 들곤 하는데

    이런 때는 참 부럽다.

     

    대식가가 아님에 입맛 다시며,

    그래도 맛있고 친절한 곳을 찾았음에 즐거워 하며,

    다음에 또 와서 다른 곳을 뚫어 보리라 다짐하며,

    발길을 돌린다.

     

     

    정리

     

    북한산 족두리봉은 초보자에게 적극 추천하는 곳

    (그러나 우리는 실패 했다 ㅠ)

     

    연서시장 - 헤은이네

     - 아나고회 : 20천원

     - 피이딴(삭힌 오리알) : 2천원 (한알)

     - 꼼장어 볶음 : 15천원

     - 막걸리 : 4천원

     

     총합 : 41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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